도깨비불이 쉬어가는 숲
#1 본문
번역하다 심심해져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합니다.
저는 가사 번역을 2011년에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 때 즈음에 보컬로이드를 파기 시작한 터라^^;;
노래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가사번역이 인터넷에 없어서 일본어도 공부할 겸 해보자! 라고 생각해서 한 것 같습니다.
그 곡이 바로 이 블로그의 첫 번역인 카가미네 렌의 칠흑왕자입니다. 블로그를 이전했기 때문에 이 블로그의 포스팅에는 2014년이라고 나오지만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번역하는데 6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번역상태이긴 하네요.
번역기를 돌리고, 그래도 이상한 단어는 사전으로 찾고,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단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도 부여잡았고.
그래서 저런 경이로운 시간이 나온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다 끝내고 나서 와 번역 끝냈다!! 이러면서 좋아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런 성취감도 번역하는 이유이기 때문에 번역을 끝내고 나면 즐겁습니다. 머리는 좀 아프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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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으로써 건방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번역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번역을 시작할 때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일본어도 잘 못하는데 번역을 해도 되나?'
인 것 같습니다.
저도 번역 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큰 맘 먹고 시작하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네요.
먼저, 저는 번역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해보세요<
만약 그 번역이 오역으로 인해 중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ex|외교적 갈등)면 문제겠지만 가사등등의 번역이 그런 문제를 일으킬 리는 없잖아요?
(물론 상업적 만화나 소설의 번역을 배포하는건 문제입니다만)
그러니까 편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역을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가지고 당신이 잘못했네 이렇게 따질 일은 없어요.
오역을 지적당하면 수용하고 고치시면 됩니다. 다음 번역을 할 때 그 실수를 다시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 되죠.
그렇게 번역을 즐기시다 보면 일본어 실력도 늘어 더욱 자연스러운 번역을 해내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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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이미 번역이 있는 곡을 번역하는걸 굉장히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해놨는데 그걸 번역해서 무엇하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작년동안 슬슬 생각이 변했습니다. 이젠 번역이 있는 곡을 번역하는것도 도움이 된다고 느낍니다.
다른 번역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번역을 하고서 다른 번역을 확인해서 자신의 번역과 다른 점? 이라고 해야할까요. 같은 부분인데 다르게 표현하는 점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번역할 때 단어에 대한 번역의 선택지가 늘어나요.
애매한 부분을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구나'라고 느끼면서 제가 보완해야 할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번역하는 일도 즐거운 일입니다만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번역을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필요해서 한 번역인데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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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역보다는 의역을 선호합니다. 직역은 가사를 원문에 가깝게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의역은 의도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가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건지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번역 스타일을 찾는 점도 오역 없는 번역을 하는 것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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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의식의 흐름을 늘어놓을 것 같네요.
오늘은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다음 글은 뭘 쓰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뭘 쓰던 오늘처럼 두서 없을거라고 생각하곤 있어요....
아마자라시 노래(空っぽの空に潰される Starlight Ver.) 들으면서 적으니까 가뜩이나 감성 폭발하는 새벽에 더블로 감성 폭발(...) 조만간 이 곡도 번역할 예정입니다.
아마자라시 좋네요. 다수결 본문에서 언급한 것 처럼 재해님이 저에게 영업을 엄청나게 하셨었는데 왜 그때 안파고 이제 와서 뒷북 둥둥 치고 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라도 파서 다행이라고 여기곤 있어요.
위키에도 담담하게 읊조리는 보컬이 인상적이라고 써져있던데 아키타 히로무는 확실히 호소력 있는 목소리인것 같습니다. 파열음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가사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다시 한번 아마자라시를 왜 이제 와서 파게 되었나를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네요(...)
여담으로 익명희망 번역 끝내고 바로 쓰기 시작한 글인데 어째 번역보다 시간이 더 걸리네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그럼 이만 말 줄이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